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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들어와 역사는 짧지만
식사 대용으로, 간식으로 자리 잡은 식빵
2천원대 중반 일반 식빵보다 두배 높은 프리미엄 식빵 인기
일본에선 재료 고급화 넘어 고양이 모양 식빵도 출시
“프리미엄 식빵 인기 지속될 것”
뚜레쥬르의 프리미엄 식빵 ‘통우유 식빵’. 뚜레쥬르 누리집 갈무리
지난 6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가 월간 식빵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월 7900원을 내면 4종의 프리미엄 식빵 중 하나를 매주 하나씩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다. 4종 중 가장 값이 비싼 ‘통우유 식빵’(4300원)으로만 가져간다면 1만원 가까이 절약하는 셈이다. 뚜레쥬르 운영사 씨제이(CJ)푸드빌은 고객 구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기적으로 반복 구매가 이뤄지는 제품들로 서비스를 구성했다고 한다. 프리미엄 식빵 가격이 일반 식빵보다 1~2천원가량 더 높지만, 수요는 꾸준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 담당자는 “식사 대용, 간식용으로 식빵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고급 식빵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의 ‘상미종 생식빵’. SPC그룹 제공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프리미엄 식빵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 식빵 전문점 등이 우후죽순 생기며 프리미엄 식빵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는데, 3~4년이 흐른 지금도 프리미엄 식빵의 인기는 여전하다. 인기에 힘입어 에스피씨(SPC)삼립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미각제빵소는 지난 3월 1등급 밀가루와 프랑스산 버터를 썼다는 프리미엄 식빵 ‘생 식빵’(5900원)을 내놨고, 파리바게뜨도 지난달 탕종법(밀가루와 끓인 물을 섞어서 반죽하는 것)을 써서 쫄깃한 식감을 강조했다는 ‘상미종 생식빵’(3100원)을 출시했다. 4~5천원대 식빵으로 성수동에서 인기를 끈 베이커리 밀도(Meal°)가 지난달 강남에 2호점을 내기도 했다.
■ 식빵, 넌 어디서 왔니 식빵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빵 중 하나지만, 세계 식빵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식빵이 양산된 게 1928년부터라고 하니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912년 미국 미주리주에 살던 발명가 오토 로웨더가 식빵 써는 기구를 발명하고, 1928년 미국 칠러코시 베이킹 컴퍼니란 곳에서 로웨더의 기구를 활용해 잘린 빵을 판매한 게 시초다.
1928년 칠러코시 베이킹 컴퍼니가 낸 식빵 광고.
처음에는 잘려져서 판매되는 허여멀건 한 빵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당시 칠러코시 지역 신문은 식빵에 대해 “누군가에겐 잘린 빵이 놀라운 아이디어겠지만, 이는 구워진 덩어리 빵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난다”고 일갈할 정도였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에 낯설어했던 것도 잠시, 식빵은 빠르게 인기를 얻어 출시 2년만인 1930년 미국의 거의 모든 마을로 퍼져나갔다. 먹을 때마다 빵을 썰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당시 가정주부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빵 써는 기계에 들어가는 수백톤의 강철을 아끼기 위해 식빵의 생산·판매를 금지한 적도 있었는데, 주부들의 거센 반발로 두 달 만에 철회된 일도 있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식빵 판매가 재개되자 “주부들의 엄지손가락이 다시 안전해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1943년 3월9일 뉴욕타임스>의 기사. 식빵 판매가 재개되면서 “주부들의 엄지손가락이 다시 안전해졌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국내에 식빵이 들어온 시점은 일제강점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도입 기록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일제가 한반도를 침탈했던 1920~30년대, 일본 기업인들이 국내에 밀가루 회사를 차렸고 제과제빵에 종사하던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국내에 빵이 본격적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식빵도 이즈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 ‘식빵’이란 말을 쓰는 나라도 한국과 일본(쇼쿠팡) 밖에 없다.
1962년 제작된 ‘식빵으로 절미운동’ 영상 속 장면. 주부들이 모여 식빵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e영상역사관 갈무리
이후 식빵은 다양한 이유로 식사대용품의 지위를 차지했다. 1960년대 쌀을 아껴 먹자는 절미운동 때엔 쌀밥의 대체 수단으로 식빵이 주목받았고, 쌀이 남아도는 지금도 식빵은 여전히 식사대용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소매점 기준으로 2014년 599억원이었던 식빵 시장은 이후 5년간 크고 작은 증감을 반복했으나 지난해 638억원의 매출을 올려 5년 전보다 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매점 매출에 잡히지 않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빵 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 식빵전문점 등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빵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 “프리미엄 식빵 인기는 지속될 것”
일본에서 판매 중인 동물 모양 식빵들. 슈슈 누리집 갈무리
식빵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식빵도 점차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2013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고급 식빵 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2013년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2조각에 125엔짜리 ‘금식빵’ 제품을 출시하고 두 달 만에 720만개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프리미엄 식빵이 출시되고 있다. 재료 고급화를 넘어서 각진 모양에서 벗어난 고양이 모양의 식빵, 식빵을 잘라보면 다양한 캐릭터가 나타나는 식빵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2018년 가구당 빵 지출액은 3만554엔으로 2012년에 비해 8% 늘었다. 주식이 (밥에서 빵으로) 대체되고, 음식의 다양화가 진행되면서 독특한 고급 식빵의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고양이 모양의 식빵. 네코네코쇼쿠팡 누리집 갈무리
국내 업계에서도 프리미엄 식빵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제이푸드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정 내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식사 대용으로 빵에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프리미엄 식빵같이 ‘맛있고 든든한 빵’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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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프리미엄 식빵 : 쇼핑·소비자 : 경제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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